박장년은 앵포르멜의 세례를 받으며 출발한 세대의 작가다. 1960년대 초, 두터운 마티에르와 어두운 색조로 이루어진 추상 작업을 하던 그는 이후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한다. 화면 위에 구겨지고 접힌 마포(麻布, 삼베)를 극사실적으로 그려 넣는 동어반복적 작업이었다.
생마포 위에 마포의 주름을 그리는 그의 그림은, 실제 커튼이 못에 걸려 드리워진 것 같은 사실적인 착시를 일으킨다. 그러나 그가 재현한 것은 풍경의 일부로서의 커튼이 아니라 '대상의 개념화'였다. 프랭크 스텔라가 "당신이 보는 것이 곧 당신이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듯, 박장년의 마포는 곧 마포 그 자체였다.
그는 이 소재 하나로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탐구했다. 1963년부터 2009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화면은 어두운 텍스처의 앵포르멜에서 시작해 점차 절제된 단색의 극사실 회화로 옮겨갔다 — 실재와 환영이 화해할 수 없는 간극을 남긴 채로.
천을 그렸다
아무렇게나 구겨진 천이다
낡아 버린 천, 더럽혀진 천
제 할 일 다하고
소멸될 운명의 천을 택한다
나를 나이게 하라
본래의 천으로 영원하게 하라
차라리 원포(原布)이게 하라
원포의 천으로 영광 받게 하라
마포이게 하라
마포로 오래 남게 하라
마포 위의 마포로 안식하게 하라